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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ient Music for the Irish Harp - Derek Bell

Elephant & Castle shopping centre의 헌책방에서 중고씨디도 팔기 시작해서
간만에 한번 둘러보다가 씨디 자켓에서 포스를 느껴 건져온 보물이 바로 이 앨범.
2002년도엔가 작고하셨다는데...데렉 벨 할아버지의 장인정신이 깃든 연주다.
자켓 내부의 글을 읽어보니, 더블레코딩이나 이펙터 전혀 없는
순수 아날로그 연주만으로 전 앨범을 채웠다고 한다.

01_Lonesome_and_An_Paistin_Fionn.wma

by Hona | 2008/03/19 18:30 | 음악 | 트랙백

Gracias a la vida

이분 내한공연이 심장병 때문에 취소되었던 적이 있는데...과연 한번 더 기회가 있을까?
Mercedes Sosa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_-



이렇게 축복받은 스스로의 존재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Mercedes_Sosa-_Gracias_a_la_Vida.wma

by Hona | 2007/12/16 08:56 | 음악 | 트랙백

로드킬?


쿵.
살다보면 뭐...발에 툭 걸리고 지나가는 것들 많지만
말 그대로 지나가는 것들일 뿐.
이미 길 뒤로 남겨진 걸림돌을 뽑아서 짊어지고 가는 우를 범하지 말자.

by Hona | 2007/12/08 02:27 | 일상/관계 | 트랙백

Maxwell - Sumthin' Sumthin'

잠못드는 밤엔 역시 Donell Jones 아니면 Maxwell...혹은 Duke Ellington.

Maxwell_-_Sumthin_Sumthin.wma






by Hona | 2007/09/23 12:55 | 음악 | 트랙백

르네 마그리트.

...마그리트의 그림 앞에 그녀와 나란히 선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이미지의 배반], 과슈, 13.5*16.5cm, 1948

초딩들은 소리지르며 뛰어다니고 고딩들은 수행평가에 반영되는지 끄적끄적 메모하기 바쁘다.
수술 이후 목이 아파서 길게 얘기하려면 나지막하게 읊조리듯(목소리 느끼하게 내리깐다고
재수없다는 비난을 억울하게 받곤 하지만) 속삭여야 한다. 곧 좋아지겠지.


- 이거 보면서 무슨 생각 하고 있어?


- 아...왜 마그리트가 이렇게 유명할까? 비현실적인 공간만을 그려낼 뿐인데?
묘사도 완벽하지 않고 색감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풍경이 광활한 것도 아닌데
단순히 기발하다는 이유만으로 거장이 된 거야? 어떻게 생각해?


- (사실 어제 관련된 책을 읽었지. 잘난척할 기회 포착-_-) 아...물어봐줘서 고마워.
난 이런 주제로 얘기하는거 엄청 좋아하거든. 왜, 고상해 보이고 싶어하는 애들일수록
현대미술 앞에선 입을 다물잖아. 안 그래? 니가 그런 애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미술이야 그냥 보는대로 보이는건데 말이야. 느끼는대로 얘기하는 게 죄도 아닌데 말이지.
전문가 아니면 닥눈팅 해야되는 것도 아니고.

마그리트에 대한 얘기는 쉽게 하긴 힘들어. 알다시피 난 전공자도 아닌데다 말주변도 모자라고
논리도 지식도 부족해서 얘기가 삼천포로 갈 가능성도 다분하지만 그래도 참고 한번 들어볼래?
어차피 우리 그림 보러 온 거고 시간도 많잖아.

음...근대에서 현대로 접어들면서 서양미술이 엄청 달라졌지? 이건 뭐 형태도 알아볼 수가 없고
뭘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 왜 이따위로-_- 그렸는지도 잘 모르겠고 말야. 그치?
물감은 지맘대로 흩뿌리고, 얼래 사람 피부는 이런 색깔이 아닌데. 이 덩어리는 대체 뭐야-_-
아니 색깔 다른 사각형 세 개로만 캔버스를 칠해놓은게 왜 미술관에 걸려 있어? 색칠공부도 아니고.
근데 그런 현대의 그림들이랑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전적인 그림들이랑 어떻게, 무엇이 다른 걸까?
작품의 연대 말고 내재된 특성...서로를 특정짓는 명확한 카테고리가 어떻게 존재할까? 혹시 알아?
혹은, 비서구권 그림...그러니까 동양화나 아랍쪽 미술이랑 서양 고전미술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크게 보자면 서양 고전주의 미술, 그러니까 중세 이후 르네상스부터 현대 이전까지의 서양 미술엔
두 가지의 확실한 법칙이 있어.

제 1원칙은 조형과 언어의 분리. 무슨 말인지 알겠어?
쉽게 얘기하자면, 조형은 '재현" 이고 언어는 "지시" 란 말야. 조형은 보이는데 언어는 안 보여.
고전미술은 이 두 가지를 공존시키지 않는다구.
보이는 거랑 안 보이는 거랑 같이 있으면 일단 이상하잖아?
근데 사실 그 이상하다는 시각 자체가 정체불명이지.
우린 서양인도 아니고 17세기의 사람들도 아닌데 왜 조형이랑 언어랑 같이 놓으면 안 될까?
동양화들 봐봐...시화도 많고 여백에 글도 많이 적어놓고 말야.
중동쪽 회화를 봐도 그림 안에 글로 설명이 있는 경우도 많이 보여.
르네상스 이전의 서양 중세미술도 사실 마찬가지야. 왜 오래된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보면
사람을 만화처럼 그려놓은 엄청 오래되어 보이는 그림양식 있잖아. 웃기는 포즈 잡고 있는거.
그런 거 보면 사실 그림 안에 언어가 있는 경우도 많다고.
수태고지 알지? 성모마리아에게 천사가 날아와서
"축하드립니다 임신입니다! 근데 애아빠가 남편이 아니네요-_-"
알려주는 거 말야.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서 그림으로도 엄청 많이 그렸거든.
근데 그 수태고지를 주제로 그린 중세의 그림엔 이런 것들이 있어.

시모네 마르티니Simone Martini와 리포 멤미Lippo Memmi [수태고지], 목판에 템페라, 1333

마리아 앞에 무릎꿇고 말을 하는 가브리엘의 입에서 황금색의 글자들이 나오고 있는 거야.
가브리엘 맞나? 아마 맞을꺼야. 어쨌든, 언어 메세지를 조형과 혼합, 교차시켜 버린 거지.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를 눈에 보이도록 문자로 그려 버렸어.
르네상스를 지나 보이는 걸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고전주의 미술에선 이런 표현은 완전히 사라져.
언어가 조형에 종속되거나, 조형이 언어에 종속되거나 하지.
언어가 조형에 종속되는 예는 뭐가 있을까?


- 으음 글쎄...그림 안에 글자가 보인다는 거야?


- 정답! 뻬이베! 이래서 내가 널 좋아해*-_-*
그림 안에 책이나 묘비, 문양을 등장시키지.
언어는 언어이되 조형공간 안에 구체적으로 형상된 언어의 형태라고.
누군가의 무덤을 그렸다면 그림 자체에 언어로 누구의 무덤인지 써놓지 않아.
글자가 패인 묘비를 보여줌으로서 언어적 형상을 그림에 집어넣는 거지.
그림의 주제를 동양화처럼 글자로 빈 공간에 써놓는 표현은 하지 않는 대신
배경에 책을 한권 던져놓고 그 펼쳐진 페이지나 표지에 써 있는 내용으로 대신 보여준다던가 말야.
혹은 악보의 음표라던가...언어를 "그리는" 거야.

그럼 조형이 언어에 종속되는 케이스는 뭘까? 바로 그림책이나 삽화.
텍스트의 내용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조형이 언어에 종속되어 사용되잖아.
뭐 어쨌든, 양쪽의 경우 모두 그림과 텍스트는 한 화면에 동시에 안 나오지.
그림은 그려지고 텍스트는 씌여질 뿐이야.
서양 고전주의 미술의 이 첫 번째 원칙을 벗어난 사람이 바로 파울 클레야.

파울 클레Paul Klee [언젠가 밤의 어스름 속에 나타났다], 마분지에 붙인 종이에 수채, 22.6*15.8cm, 1918

시 텍스트의 알파벳을 그대로 조형으로 써 버렸지? 알파벳이 조형요소가 되는가 하면 다른 작품에서는
조형요소가 알파벳처럼 처리되는 경우도 있어. 그림 속의 인물이나 배경, 사물이 자체가 조형 요소이면서
동시에 읽을 수 있는 글자나 서체의 일부가 되는 거야.
클레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화살표도 그 자체가 조형요소이면서도
그림을 읽는 방향이나 표현 대상의 진행방향 등을 알려주는 문자기호로 쓰이기도 하는 거거든.

자...그리고 서양 고전미술의 두 번째 원칙.
유사는 곧 재현이다!
무슨 말이냐면 말이지, 그림이 무엇인가와 아주 닮았다면 바로 그 그림은
그 닮은 실제의 무언가를 뜻하는 것이다-라는 거야.
그림은 그것이 묘사하는 대상을 가능한 한 닮도록 최선을 다해 그림 안에 묘사해야 하고, 그 유사성에 의해
그림은 그것의 재현, 즉 그 그림이 뜻하는 실제의 무언가를 지시하는 도상기호icon가 된다는 거야.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 그대로 닮는 것이
바로 그 "지시관계" 의 "확언" 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닮으면 닮을수록 작품이 완벽해진다고 말야.
그래서 그 시대에 엄청나게 발전하거나 완성된 것들이 바로 원근법, 광학, 색채학, 해부학이야.

아니 그림이 실제의 무언가를 보고 그렸으니 그림이지 당연한 소리 아냐? 님하 정신 차리세요...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의외로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_-

드디어 동양화 나왔습니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D
언뜻 보기에 보이는 그대로 그린 것 같아? 실제 금강산이 저렇게 생겼을까?
아...원근법이 어색하다는 얘기는 주제에 벗어나니 대충 합시다.
서양화랑 동양화는 사용하는 원근법 자체가 다르거든.
심원법 고원법 평원법이라고 해서 눈높이보다 아래, 위, 그리고 수평에 있는 풍경을 한 화면에 잡는 거야.
서양화가 사진 한 컷이라고 치면 동양화는 파노라마라고나 할까.

어쨌든...근데 동양화의 수많은 산수화 중엔 아예 직접 보지 않고 그린 것도 상당히 많아.
예전 최완수선생님 강의 들을 때 최쌤-_-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이 금강전도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조선성리학의 사상적 완성, 이기이원론-이기호발론-이통기국론 등의
[이理]와 [기氣]의 철학적 담론을 금강산을 풍경을 통해 표현한 거라고 말야.
뾰족하고 하얀 돌봉우리와 부드럽고 나무가 자란 봉우리의 어우러짐과 감싸고 흐르고 섞이고 열리는 산세.
이 경지는 가히 서양 풍경화는 따라올 수 없는 절대간지-_-가 아니겠냐?

겸재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이하곤(李夏坤)의 말을 빌리면
"겸재의 금강산 그림은 전신(傳神)수법에 가까웠다" 고 한대.
초상화를 그릴 때 겉모습만 닮게 그리는 게 아니라
그 내면적 리얼리티의 정신까지 그리는 자세와 같았다는 거야.
이런 것을 옛 사람들은 이형사신(以形寫神), 즉 형상에 기초해 정신을 그린다고 하는 건데
사실 이게 말이 쉽지-_- 어떤 경지에 올라야 그게 가능할지...
형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는 차라리 쉬운 일이지만, 형상에 기초하되 보이지 않는 내재적 진수까지 담아내?
그래서 스스로 대단한 화가이면서도 당대 최고의 미술평론가였던 강세황(姜世晃)이라는 분이
"진경을 그리는 사람은 항상 지도(地圖)처럼 될까 걱정하는데,
실경에 흡사하면서도 화가의 제법(諸法)을 잃지 않아야 된다" 라고 경고했다고 하더라.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모습까지도 담아내려고 한 거란 말야. 역시 우리 조상들 쵝오-_-b
옛 사람들은 또 말하기를 이형득사(離形得似), 즉 형상을 버려야 비슷함을 얻어낸다고 했다는데...

서양 고전미술과의 큰 차이점이 보이지? 산을 그리되 저건 산이 아냐.
사실 실제 산과 닮았느냐 안 닮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저 시대의 우리나라 산수화는 진경산수화라고 불리잖아. 교과서에서 봤지?
진경眞景은 직역하자면 진짜 경치! 라는 뜻이겠지만 사실은 진경은 선경仙景,
즉 인간세계 이상의 최고의 경치를 말하는 거래.
진짜라는 뜻의 단어를 쓰면서도 동양에서 뜻하는 진짜 산수화라는 건
"있는 그대로 최대한 똑같은 자연의 재현" 이 아닌
"최상의 경지로, 자연이 그 내면에 품고 있는 원리까지 표현해 낸 그림" 인 거야.
어찌 보면 서양 고전미술과는 아예 정반대의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

어쨌든 이 서양 고전미술의 두 번째 원칙을 박살낸 사람이 바로 칸딘스키지.
작품 속의 형태와 색채가 그림 밖의 가시적 대상을 닮아야 할 의무를 완전히 벗어던지는 거야.





제목도 고전미술에 비해선 좀 아스트랄하지.
[검은 정방형의 안에서] [노량=빨강=파랑] [상호의 화음] [여러 개의 원]...
이런 형태와 색채들은 뭔가 실제를 묘사한 게 아냐. 화폭에서 자기들끼리 뛰어노는 거지.
대상과 유사하다는 전제가 어긋나면서 그림이 "재현" 으로 읽히는 방식은 중단되고 그 틀을 벗어난 거야.
저런 알쏭달쏭한 그림들을 보면서
"저 형태가 뭐에요?" "저 노란 동그라미의 정체는 뭐죠?" "저 가로지르는 선들은 무엇을 그렸나요?"
물어본다고 해도 구체적인 대답이 나오긴 힘들 꺼야. 왜냐면 뭔가 실재하는 대상을 묘사한 것이 아닌
"구성", "즉흥", "표현" 일 뿐이니까.

여기까지 이해됐어?


- 아 뭐, 대충-_-;;;;;


- 사실 마그리트는 이 두 명의 추상화가, 클레와 칸딘스키와 본질적으로 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거야.
서양 고전주의 회화의 정체를 드러냄으로서 그를 벗어나 더 깊은 회화의 본질을 알려 하는 탐구의 길...인데
조형과 언어를 분리하던 규칙을 벗어나는 클레의 작업을,
그리고 유사성을 통해 재현하는 규칙을 깨는 칸딘스키의 작업을
마그리트는 너무도 간단하게 한 큐에 깔끔하게 해치워버렸지. 봐!
파이프를 그려 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문장을 써 넣어 버린 거야!
오 지쟈쓰. 마그리트님하는 천재-_-b

그들과 마그리트가 다른 점이 있다면, 클레는 재현의 공간을 벗어났고 칸딘스키는 재현의 원리를 허물었지만
마그리트는 고전적인 재현의 공간을 그대로 보존하고 고전적인 재현의 방법도 그대로 사용했어.
원근법과 광학이 깔끔하게 지켜진, 파이프라는 대상을 꼭 닮은 파이프 그림. 그런데 이 한 문장,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ipe



명쾌해
. 한방에 끝냈어. 이는 가히 스냅에 셔츠 단추를 풀며 동시에 브라끈을 따는 신의 손(아차차차
;;)
...
, 아냐. 어쨌든 진짜 대단하지 않냐
?
미셸 푸코랑 주고받은 서신에 마그리트가 이렇게 놨대
.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 동등하게 중요하며 정말 중요한 것은 양자에 의해 환기되는 신비
"
원문은 모른다. 대충 이런 말이라고 하더라
-_-

...그럼 마그리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다시 그림을 보자
.
이건 분명히 파이프의 모양을 그대로 띄고 있어. 파이프의 외관을 아주 그럴듯하게 묘사해 놨지
.
근데 작가 자신이 놨네? 이건 파이프가 아니라고
-_-
그럼 "파이프의 외형을 아주 많이 닮은 그림 속의 물건" 파이프가 아니라는 거네
?
? 아닌가? 순간 헷갈리네? 그림은 그림일 이게 실제의 파이프는 아니라는 소리인가
?
그럼 "파이프를 닮은 " 실체는 뭐야? 어쩌라는 거지? 내가 파이프냐? 아니면 너냐
?;;;;

무슨 말인지 알겠어? 마그리트씨는 지금 장난을 치는 거야. 놀자는 거지
.
"
이게 장난치나..." 장난 말고, 실체와 묘사된 대상,  원본과 복제의 개념을 탈출하며 노는 장난
.
원본, 현실 세계의 오브제는 사라지고 우리의 생각은 이제 개념과 철학의 배배꼬인 놀이동산으로 달리는 거야
.
파이프는 없어지고 파이프를 닮은 그림과 파이프라는 개념만 남았어. 이것도 복제. 저것도 복제
.

여기서 단계 나아간, 어떤 의미에서는 무시무시-_- 그림이 여기 있네.




이뭐...이차함수 풀던 중딩에게 적분문제 던져주는 느낌?
도식적으로는 미지수를 단지 하나 추가한 같아 보이는데
,
왼쪽 위의 괴물체;; 그림 안의 캔버스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사고유희의 장이 엄청나게 넓어지지
.
그림 안의 캔버스 안의 파이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그리고 허공에 파이프 하나
.
그럼 캔버스 안의 파이프는 파이프고 두둥실한 파이프가 아닌 거니
?
"
파이프" 라는 단어는 파이프가 아닌 거니? 혹은 파이프가 파이프는 아니라는 소리일까
?
애당초 파이프가 아닌 그린 걸까? 아니면 사실은 실제 파이프가 있고 파이프를 그린 복제품인

두둥실 덩어리 그림을 다시 그림 안의 캔버스에 옮긴 저건 결국 파이프가 아닌가?
그림 안에 있는 파이프고 그림 안의 또다른 그림 안에 있는 파이프가 아닌 걸지도
?
액자 안의 그림과 액자 밖의 덩어리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는 문장
.
공허하고 퀭하니 어색한 정적인 공간과 엄청난 가속도가 붙으며 미친 복잡하게 돌아가는 머리
.
뭐가 파이프고 뭐가 복제고 뭐가 뻥이야? 이것과 저것의 차이는
?
의미와 가정과 짐작이 교차하고 중첩되고 엇나가고 정반대로 뻗다가 끝과 끝에서 만나는 혼란 자체
!

...
좌뇌 우뇌 오버클럭 사시미 접시 추가요 베이베
-_-


-
잠깐. 잠깐. 너무 흥분한 같은데
...


-
, 으응;; 잠시 릴랙스...우리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
애초의 파이프 묘사 하나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는 문장으로 구성된 그림에서 마그리트는

원본과 복제의 상관관계 개념을 파괴하는 공놀이를 시작했어.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똑똑한 아저씨는
공을 하나 던져 놓았지. 하나의 복제를 개의 복제로 늘려놓고 "생각해 " 라고 대놓고 얘기하고 있단 말야.
개를 가지고 우리는 미친듯이 저글링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거에 익숙해질 때쯤 되니까

미국산 폭탄머리 또라이;; 달려와서 복제의 공을 수십개를 던져주네. 덕분에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만화경처럼 끝없이 늘어나는 사고유희. 그게 누군지 알겠어
?


-
으음
...


-
마릴린 먼로, 마릴린 먼로, 마릴린 먼로, 먼로, 먼로, 먼로, 먼로, 먼로, 먼로, 먼로, 끝없이 먼로
...
캠벨 깡통수프, 캠벨 수프, 캠벨, 캠벨, 캠벨, 캠벨, 캠벨, 캠벨, 캠벨, 쫘라라락 캠벨
...


-
으핫! 앤디워홀! 팝아트! ㅋㅎㅎㅎ



-
뻬이베. 그래. 역시 교양지식이 풍부하셔알럽유이따가 나가서 바나나우유 사줄께.
...그럼 다시 ~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요약정리해야겠다
.

전통적인 회화 속의 이미지가 모델의 재현이라면, 이미지의 "의미" 해석이 가능한 것이겠지
?
그래서 서양 고전미술은 의미를 해석하는 도상학과 도상해석학이라는 학문이 따로 있을 정도야
.
근데 단계를 뛰어넘은 그림에서는 이제 이미지가 모델의 재현이 아닌 거지. 원본이 없는 복제
.
그러면 이제 이미지를 분류하고 의미를 붙이고 고정시킬 기준이 사라져 버리고

복제와 다른 복제들끼리의 사고유희만 남는 거야. 전통적인 해석학마저 해체해 버리는 거라고.
덕분에 이미지와 의미들간의 대응관계는 사라지고 자유로운 상상이 열리는 거야
.
이건 노래 가사대로
a whole new world! a new fantastic point of view!
고전적인 공간과 지시의 관계를 파괴하고 태어난 상상들은 신선하고 창조적이야
.
뒤따라오는 새로운 상상을 끝없이 탄생시키잖아
.
비둘기가 구름을 품고 나는데 파란 하늘은 중년 신사의 뒷모습이자 잘려나간 커튼
.
옷걸이에 걸어놓은 옷이 바로 피부였고 사과 위에 식탁을 올려놓았는데 구두에서 발이 자라나네
.
떨어지던 낙엽이 하늘을 품고 새가 되어 다시 날아오르고 연인들은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키스를 나눠
.
아무 뜻도 없지만 보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무엇이든 있고

상상의 세계에서 또다른 새로운 상상이 피어나잖아. 세상에 원본이라고는 없는 너만의 상상!

이게 마그리트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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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 푸코 챕터를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상상을 했다
.
헤어진 1년도 아가씨랑 미술관에 놀러 가서 알지도 못하는 현대미술에 대해

나름 미리 찾아보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느낀  되지도 않는 쇼맨쉽을 섞어가며 열심히 정리해서 얘기해주고,
그애가 웃는 얼굴을 보는 상상. 그러면서 나도 너무 기뻐하는 상상
.
둘만의 생각과 느낌을 거리낌없이 공유하며 저녁을 먹고 서로의 술잔을 채워주는 상상
.
새로 배우고 새로 경험하는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은데 벌써 너무 멀어져 버렸구나
.
몰라. 어쨌든 한국에선 마그리트 전시회가 있었지. 있었다는 것만 안다. 사실 어디서 했는지도 모르지만
.





같이 가고 싶었어.

by Hona | 2007/09/15 13:00 | 미술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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